[취재수첩] 임기말 文정부의 부동산 '남탓'

입력 2022-01-05 17:44   수정 2022-01-06 00:14

“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택지의 양이 많지 않았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5일 한 방송에서 “(문재인 정부) 초창기 1~2년간 (주택)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며 한 말이다.

박 수석은 이날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처음에는 “국민께 정말 고통을 드린 부분이 있었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곧이어 “지금 부동산이 하향 안정세의 입구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음 정부에 공급 기반을 충분히 마련해 물려주는 것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자랑 섞인 발언도 했다. 그러더니 주택 공급 부족의 문제를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듯한 언급까지 한 것이다.

이에 진행자는 “처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정책은 현재 있는 것들을 정리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공급을 하면서 집값 잡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 않으냐”고 따져 물었다. 박 수석은 “저희가 물려받은 여건이 사실 그리 좋지 못했던 건 사실”이라고 재차 언급한 뒤에야 “저희가 좀 더 유능했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문재인 정부는 애초 택지 공급과 관련해 의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뒤늦은 추진 과정에선 무능한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규제 위주’에서 ‘공급 확대’로 전환한 2020년 ‘8·4 대책’이 길을 잃고 헤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택지 후보 중 최대 규모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은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가 반대하고 있고, 용산구 캠프킴 부지는 서울시의 상업지역 개발계획과 배치돼 진행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정부과천청사 일대에 4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은 주민 반대에 밀려 백지화됐다. 정부가 주민 여론과 지역 특성을 무시한 채 탁상 정책을 수립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수석 등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부동산 하향 안정세에 대해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다. 진행자도 “전문가들은 ‘지금 세금 때문에 거래 절벽이 일어나고 있는 것뿐이고 서울 강남은 앞으로 5~6년은 더 오를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도 “그런 의견을 잘 알고 있다”며 일정 부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기를 4개월가량 남긴 문재인 정부는 ‘말년이 없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야당은 물론 여당 대선 후보마저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에라도 부동산 문제 해결에 효과를 보려면 전 정부 탓이나 ‘근거없는 자신감’은 버리는 게 좋을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정부는 ‘최악의 여건’을 물려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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